2002.05.08 ~ 05.19 갤러리 아트사이드 오광수 <더욱 깊어지는 명상- 김보희의 근작 전에>
더욱 깊어지는 명상- 김보희의 근작 전에_오광수
2000년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 가졌던 김보희의 <명상의 풍경>전은 자연을 보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 전시였다. 그 때 나는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검은 덩어리로만 나타나는 섬과 섬을 에워싸고 있는 강의 잔잔한 수면이라든지 무엇하나 특별한 시각적 긴장을 유도하는 것이라곤 없다.그러면서도 이들 풍경은 볼수록 푸근함을 더해준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화면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단순히 있는 것의 풍경이 아니라 생각게 하는 풍경으로서의 우리의 명상을 유도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이번에 갖는 개인전 역시 위에서 언급한 <명상의 풍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이면서 부단히 그 현실을 뛰어 넘으려는 환상적인 톤이 전면을 지배하면서 독특한 내면에로의 통로를 열어 주었던 그의 세계는 이번 전시를 통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로나마 확인되었던 구체적인 자연의 단면은 거의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면으로 치환되고 단순한 명암으로 구획되는 사물의 모습은 명상의 깊이만큼이나 안으로 잠겨 들고 있다.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수면에 의해 가까스로 산과 바다로 구획될 뿐 거의 두 개로 면 분할되고 있는 화면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자연이기보다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사유의 깊이 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실루엣과 낙조에 반사된 물빛의 잔잔한 반영은 전체로서의 자연과 부분으로서의 자연의 미묘한 관계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큰 것을 통해 작은 것을 보고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투시하는 극적인 시각의 교직이 때로는 끝없이 침잠하는 고요의 심연을 들어내기도 한다.
주로 수묵의 대비에 의지했던 지난번 전시 때보다 근작은 수묵과 채식의 융화라는 새로운 경지를 시도해 보이고 있다. 수묵과 채식은 대비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더욱 신비한 빛깔을 들어 내놓는다. 꿈꾸는 세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요인이 된다. 이는 온갖 찰나적 현상, 현실적 집착을 벗어나 원초로서의 자연, 원형으로서의 자연에의 회귀라고도 말할 수 있다. 원시의 자연, 원형의 자연은 이토록 신비하고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그의 그림은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