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1 ~ 07.03 초여름의 위로, 김보희의 ‘Towards’

김보희 ‘Towards’, 2013, 천 위 채색, 280×180㎝. ⓒ김보희

김보희 작가가 신작 ‘Towards’(2021)을 배경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 작가의 제주 작업실 바깥 정원 풍경을 화면에 담았다.

김보희 ‘Towards’, 2021, 캔버스 위 채색, 194×520㎝. ⓒ김보희

‘오래된 집’에 전시된 입체 수묵화.

김보희 TOWARDS
일시 2021.06.01 — 2021.07.03
장소 Space CAN, Old House

200호짜리 대형 캔버스가 초록으로 가득하다. 짙은 자연의 빛깔을 겹겹이 쌓은 식물의 초상이다. 확대경으로 담아낸 듯한 크고 푸른 잎사귀의 주인공은 여인초(旅人蕉). 나그네에게 물과 그늘을 아낌없이 나눈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지난해 금호미술관 전시 당시 국내 생존작가 개인전 최다 관람객을 모은 김보희의 ‘Towards’(2013)이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다녀간 전시로 주목 받았지만, 실제 코로나19로 ‘집콕’에 지쳐있던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 위로 받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지난해 전시를 놓쳤다면 다시 기회가 왔다. 캔파운데이션은 서울 성북동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김보희 개인전 <Towards>를 개최한다. 김보희는 과감한 색면과 세필의 중층으로 현대 동양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로 말해진다.

“서양화는 캔버스 위 색을 입힌다고 하면 동양화는 색을 먹인다고 해요. 아교에 분채를 섞은 물감으로 한 겹 한 겹 그리고 말리고 그렇게 깊은 색이 나오게 되는거죠.” 동양화 붓이 주는 섬세한 터치가 만들어낸 화면은 작가가 들인 긴 작업시간 만큼이나 깊이를 더한다. 강렬한 색채에 공간을 단순화한 평면적인 느낌 때문에 ‘한국의 호크니’라는 말까지 나왔다. “비교해주시면 감사하죠. 사실 호크니도 자기 사는 곳을 그리는 그림이잖아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보희는 2017년 대학 퇴직 후 제주에 완전히 정착해 자연을 그리고 있다. 가깝게는 작업실 창밖의 정원이다. 가로 5m에 달하는 신작 ‘Towards’(2021)는 신록의 싱그러움을 담아냈다. 오른편 무성한 풀의 생김새가 낯익은데 낯설다. 정원의 로즈메리다. 이렇게 크다니. 작가는 제주의 자연을 그저 재현하지 않는다. 파란 바다, 초록색 이파리가 가득한 화면은 이를테면 마음의 풍경이다. 야자수가 서있는 중문의 달밤, 미묘한 주홍빛으로 그려낸 노을 등 친숙한 제주 풍경이 새삼스럽다.

무너진 한옥을 건축가 승효상이 고친 ‘오래된 집’에선 미공개 입체 수묵화 5점을 선보인다. 남도 풍경을 은은한 흑백으로 사각형 입체에 담아 요모조모를 감상하도록 했다. 한옥 공간의 서까래, 기둥과 어울려 그림의 맛이 더한다. 작가 특유의 시원한 바다 풍경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예술창작지원 비영리재단 캔파운데이션 후원 목적이다. 코로나19로 재단 운영이 어려워져 김성희 캔파운데이션 대표가 언니인 김보희 작가에게 부탁해 마련됐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신진 작가 활동 후원과 교육 사업에 쓰인다. 김보희 작가는 “보고 있으면 좋아서 그리는 그림”이라고, “좋아서 그리면 보는 사람도 좋게 느낄 것 같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냥 보고 감동 받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7월3일까지.

배문규 기자 |   승인 2021-06-09 15:13 수정 2021-06-09 17:44